요즘 방송에서 젊은세대와 함께 시니어출연진들을 보는게 낯설지 않다. 일일드라마, 주말 드라마 등에서도 비중있는 조연으로 나오는 건 물론,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한다. 예능에서도 마찬가지다. <나 이거참>, <덕화TV>, <'가시나들> 등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세대공감을 추구하고, 시니어 세대 출연자들이 메인으로 등장하는 등 세대융합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렇게 최근 20여 년에 걸쳐 세대 공감을 추구하게 됐는가는 미디어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즉 80년대까지만 해도 주력 미디어로 자리했던 TV가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점점 인터넷으로 그 자리를 내주고 최근 들어서는 모바일로 넘어가고 있는 이 과정 속에서 TV 본방송은 시니어 세대의 전유물처럼 되어버렸다. 젊은 세대들이 TV 본방송이 아닌 IPTV이나 인터넷 다운로드 같은 방식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하면서 이 서로 다른 세대를 아우르는 아이템만이 경쟁력을 갖게 됐다. 즉 예능의 미래는 주 시청층을 이룰 젊은 세대가 그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당장의 예능 프로그램의 성패는 본방송 시청률을 좌지우지하는 시니어 세대가 쥐고 있기 때문에 이 과도기에 양 세대를 끌어안는 아이템만이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인터넷을 90년대부터 경험한 중년 세대들이 과거의 시니어 세대들과는 달리 젊은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경향도 세대 통합 콘텐츠가 많아지게 된 중요한 이유다. <꽃보다 할배>의 막내로 출연한 김용건의 경우, 칠순이지만 다른 형님들과 함께 할 때 귀여운 막내 역할을 하는 모습을 통해 그 세대에서도 충분히 젊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또 시니어 세대라면 먼저 트로트만 떠올리지만 그것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주는 JTBC <힙합의 민족>이라는 예능 프로그램도 시도되었다. 김영옥이나 양희경, 이용녀 같은 어르신들이 하는 힙합은 젊은 세대들도 빠져들게 만드는 놀라운 매력을 선사한 바 있다. 이런 젊은 실버 세대의 출연은 나이를 그저 수치에 불과한 어떤 것으로 여기게 해주며, 이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즉 젊어도 훨씬 더 나이 많은 이들처럼 살아갈 수도 있고, 나이 들었어도 훨씬 젊게 살아갈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두 세대가 잘 어우러져 인상깊었던 <나이거참>이 그러한 예능프로그램이다.
지난 4월, 프랑스에서 열린 MIPFORMATS에서 선보인 tvN의 <나이거참>을 해외버전으로 제작하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꽃할배가 여러 국가에서 리베이크 되었던 것처럼) 여러 실버세대들이 10대 어린이들과 함께 영어 수업을듣고, 역사 교육현장을 여행하며 나누는 교감은, 큰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통하는 지점을 보이는 세대 간의 공감을 보여주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며 아이같아지는 실버세대들과, 의외로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며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아이들 간의 교차점이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다.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나이차가 주는 거리감과 더불어 나이가 무색해지는 순간을 동시에 포착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 콘텐츠가 다방면으로 리메이크되면 K콘텐츠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만큼, <나이거참> 역시 리메이크 되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았다. 우선 방송 후 포맷 마켓에서 파급효과가 큰 미국을 타깃국가로 선정하고 싶다. 미국의 NBC는 tvN <꽃보다 할배>의 판권을 구매하며 ‘Better Late than Never’를 제작한 바 있다. 방송 당시 1회 시청자는 735만명에 달했고, 미국 전 방송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방송 이후, 유럽의 주요 제작사에서 미국판 <꽃보다 할배>의 파급력을 눈여겨 봤고, 결과적으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다수의 국가에 포맷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매년 열리는 행사인 LA 스크리닝 행사에 포맷을 소개하며 미주 시장을 포함한 세계 시장 진출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지 않을까.
고령화로 인한 세대격차는 세계 각국에서 겪는 공통현상이다.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위해 젊은 시도를 하는 시니어 출연자들의 모습을 젊은이들이 소비하는 것만으로도 세대간 격차를 좁힐 수 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세대통합 콘텐츠들은 나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미리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며 이를 보는 시청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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