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궁금했다. 파비앵은 어떻게 되었을지 말이다. 연료가 고갈되어 비행기 그대로 추락했음이 가장 있음 직한 시나리오지만, 왠지 그렇게 곧이곧대로 믿고 싶지는 않았다. 마음 한편에서는 어떻게든 살아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책장을 넘겼지만 책 자체가 리비에르처럼 어찌나 무심하던지. 적어도 파비앵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뉘앙스의 발언이라도 했으면 독자로서 그의 영웅적인 죽음을 함께 애도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작가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악천후 속에 야간비행에 나선 조종사 파비앵이 죽음과 맞서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기위해서가 아니라 존재 의미를 자기 의무로 삼기 때문이다. 죽음은 승리가 된다. 비록 눈물과 고통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되지만 말이다. 파타고니아 우편기는 뇌우의 위협을 받는다. 파비앵은 번개가 뚫고 지나가는 거대한 구름덩어리를 피해갈 수 없다. 그가 방금 떠나온 공항에는 태풍이 불고 어느 기착지든 착륙은 불가능하다. 그는 되돌아올 수 없고 태풍과 맞서야만 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리비에르는 소식을 기다린다. 번개가 심해서 다른 기착지와의 무선 연결도 끊겼다. 비행기는 행방이 묘연해졌고 연료가 바닥날 시간은 훌쩍 지났다. 이제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파비앵의 아내는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회사에 나타난다. 리비에르에게 그녀의 존재는 '삶의 또다른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사랑. 그러나 리비에르는 사랑도 결국에는 노화와 죽음에 의해 끝장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더 지속될 수 있는 무엇, 그는 그것을 원한다.
"인생에 해결책이란 없어. 앞으로 나아가는 힘뿐. 그 힘을 만들어내면 해결책은 뒤따라온다네." 그것이 야간비행을 지속시켜야 하는 이유다. 승무원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악천후와 어둠과 비행기의 결함이었다. 리비에르는 악천후에 맞설 용기와 비행기의 결함을 찾아내는 완벽함을 요구한다. 그는 정원사가 잡초를 제거하는 것처럼 직원들의 실수를 제거하려 애쓴다. 그래서 리비에르의 노력은 어쩌면 휴식도, 희망도 ㅇ버슨 노력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목숨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 해도, 우리는 항상 무언가가 인간의 목숨보다 더 값진 것처럼 행동하죠." 아까운 젊은 목숨들을 앗아간 야간비행을 비난 속에도 계속했던 리비에르는 승자였지만, 그것은 목숨을 대가로 치른 "무거운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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