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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니메이션과 2D와 지적인 덕후/2D에 대한 짧고 얕은 끄적임

<묘진전> 웹툰의 가치에 관한 얕은 고찰

by '김맹고' 2019.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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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아침 이불 속에서, 5년간의 학부 생활과 6개월의 인턴생활 출퇴근길을 함께한 건 모바일 웹툰이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자니 지루하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자니 또 너무 짧은 그런 시간일 때. 그렇다고 그 시간에 공부나 일을 하고 싶지는 않을 때 디지털 콘텐츠를 보았다. 그중에서도 동영상보다 데이터 걱정하지 않으면서 볼 수 있는 더없이 고마운 존재인 웹툰에 대한 관심이 이번 리스폰스 페이퍼를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묘진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치 있다.

김맹고가 가장 좋아하는 웹툰은 젤리빈 작가의 ‘묘진전’이다. 다음웹툰에서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한국의 민간신화와 설화를 모티프로 제작된 동양판타지 장르의 웹툰이다. 네이버 베스트 도전에서 처음 만나게 된 묘진전은 총 평점 9.9점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웹툰이기도 하다.

흥부전, 춘향전처럼 우리 전래 판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의 묘진전은 토끼 '묘' 별 '진', 12지신의 토끼를 의미하는 묘진에 관한 이야기이다. 적강 모티프와 민간 설화, 신화를 다룬다는 점에서 ‘신과 함께’나 ‘귀전구담’과 비슷하나, 설화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 아니라, 정형화된 외모와 널리 알려진 통념만을 스토리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묘진전의 경제적 가치를 짐작하자면.

묘진전의 경제적 가치를 짐작하자면 ‘신과 함께’ 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웹툰 묘진전 경제적 가치가 '신과 함께' 그 이상일 수 있다는 점을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는데 그 첫 번째 이유는 묘진전이 복합 장르의 웹툰이라는 점이다. 인기 콘텐츠의 경우 장기간 연재되는 경우가 많다. 긴 연재 기간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다수의 장르가 복합되는 특성을 지닌다. 묘진전 역시 판타지, 신화, 전설의 장르로, 풍부한 서사를 제공한다. 웹툰 시장의 포화로 작품의 소재 및 스토리의 참신성을 위해 다양한 장르가 복합되는 추세에, 묘진전은 동양 판타지와 스릴러, 어두운 요소가 가미된 이색적인 장면들을 연출하며 잘 만들어진 웹툰, 이른바 ‘웰툰’의 특성을 고루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판타지가 기본 설정으로 들어갔다. 연출에 제약이 없는 웹툰의 특성상, 상상력을 마음껏 콘텐츠화 할 수 있어 배경이나 인물 등 기본적인 설정에 판타지 요소가 많이 적용된다. 판타지나 무협 소재의 웹툰들은 게임 IP로도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신과 함께'와 비슷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까지 겨냥할 수도 있다. 중국 웹툰의 경우, 판타지, 로맨스 장르가 많은데 2차 콘텐츠 제작의 용이성이 중요한 중국 웹툰 시장 구조에서 한국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묘진전이 다음웹툰에서 연재되었다는 점이다. 묘진전은 웹트래픽 기준 웹툰 플랫폼 방문자 수가 4000만 명으로 가장 많은 네이버 웹툰 플랫폼에 연재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대중성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타깃을 브로드하게 가져가야 하는 영화나 드라마들은 인기 웹툰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웹툰들에서 소재가 발굴되는 편이다. 실제로 인기/ 선호 순위는 낮지만 영화화에 대한 기대 순위가 높은 작품이 있고, 각색과 연출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작품도 있어, 콘텐츠 주요 소비 타깃 및 인기도와 상관없이 소재의 참신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묘진전이 가진 한국적 요소이다. 추위를 몰고 오는 동장군, 산신, 귀신, 선녀 등 설화를 적절하게 조합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익숙한 느낌을 준다. 학술적으로 정의된 의미 그대로 차용하는 것은 아니고 그들의 정형화된 외모와 널리 알려진 권위 등을 스토리에 녹여낸 한국적 요소들은 묘진전만이 가진 색이다. 좀비 장르에 '조선'이라는 시대적 장치를 이식하여 주목받은 넷플릭스의 ‘킹덤’ 처럼 묘진전이 가진 한국적 요소는 원천콘텐츠로서 큰 강점이다. 넷플릭스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판권을 280억 원에 구입하고 드라마 <킹덤>을 200억 원 예산으로 제작하는 등 한국 콘텐츠 IP의 네임벨류가 높아진 지금, 묘진전의 경제적 가치를 비슷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웹툰 및 웹소설이 원작을 필요로 하는 여러 사업 분야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웹콘텐츠 IP 확장, 전 세계적 트렌드

원작을 필요로 하는 산업에서 웹툰/웹소설이 주목받는 이유는 적은 비용으로 추가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웹콘텐츠는 영화나 드라마, 게임보다 상대적으로 투입 비용이 적으면서 콘텐츠 활용도가 높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단순히 웹툰, 웹소설의 판권을 사서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특색 있는 소재와 스토리를 가진 독자적인 IP를 확보하여 이를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과 앱을 통해 점진적으로 OSMU를 기획하는 국내외 기업들의 행보가 눈에 띄고 있다. 이 역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기업들이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0, 20대가 선호하는 브랜디드 콘텐츠가 `웹툰`형식으로 나온 것처럼 웹콘텐츠는 최근 다른 산업과 연계가 매우 뛰어난 콘텐츠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흥미로운 소재와 탄탄한 설정 등 사람들이 열광할 요소를 지닌 원작은 이미 한차례 검증된 보증수표와도 같다.

​올해 상반기 1,300만 관객 수를 기록한 인기 외화 영화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는 웹툰 기반은 아니지만, 만화가 원작이다. 출판물과 게임, 캐릭터 완구 등 다양한 출발점을 지닌 흥행 IP는 영화나 공연 등 다른 매체로 옮겨간 이후에도 꾸준히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웹콘텐츠를 바탕으로 2차 3차 저작물로 만들어 큰 성공을 이루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검증된 콘텐츠 IP

IP의 경제적 가치와 검증된 콘텐츠 IP라는 점 또한 다양한 사업에서 주목받는 이유라고 생각된다.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콘텐츠 시장에서 기대 효용이 큰 콘텐츠 IP를 확보함으로써 경쟁자보다 우위를 가지고 시장의 선도자 역할을 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콘텐츠 IP를 거래하고 활용하는 시장은 미래의 가치가 거래되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2010년 영화 ‘이끼’를 시작으로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미생’의 대성공 이후 줄을 잇는 ‘웹툰 원작’ 콘텐츠들이 올 하반기에도 다수의 영화,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잘 만든 웹툰 하나가 웰메이드 콘텐츠를 양산해내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셈. 웹툰과 웹소설의 드라마화와 영화화는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소재의 한계를 웹툰/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해소한 데다가, 연재되었던 작품의 인기 정도를 사전에 살펴볼 수 있어 어느 정도 독자들의 검증을 받았다는 점에서 제작자의 마음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의 관심까지 한 번에 끌어내고 있다.

​웹툰과 웹소설, 즉 콘텐츠 IP는 모든 창작의 기본이다. 기본에 가장 충실함으로써 그 원천으로부터 더 많은 창작물을 창출해낼 수 있다. 한국의 웹콘텐츠는 양적, 질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원천 IP로서 그 활용 가치가 높다.(실제 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이 수많은 영화제에서 매번 들었던 소리가 '너네 나라는 어쩜 그렇게 영화를 잘 만드니?' 였다고 한다. 콘텐츠의 민족 클라쓰) 불확실성이 높은 콘텐츠 무한 경쟁의 시대에 스토리의 힘이 입증된 IP만큼 든든한 자원은 없기에, 웹툰과 웹소설은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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